“아무래도 〈국립중앙박물관〉을 꼽을 수 있겠지요. 세계적인 규모와 수준을 자랑하는 공간이고, 방대한 소장품부터 디지털 전시까지 다채롭게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단순히 유물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역사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 뮤지엄이죠.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은 한 공간 안에서 선사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문화와 예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드문 곳이에요. 한국 미술사를 공부하는 연구자에게도 중요한 장소지만, 일반 관람객에게도 ‘시간 여행’을 하듯 다양한 시대와 양식의 예술 작품을 접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저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의 문화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깨닫고 이해하게 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우리 문화의 뿌리’를 보여주고, 어른들에게는 ‘우리가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문화적 흐름’을 다시금 성찰하게 해 주지요. 전시뿐 아니라 체험 프로그램과 디지털 콘텐츠도 잘 갖춰져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또 깊이 있게 한국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요즘 핫한 국중박!
〈국립중앙박물관〉이랑 연계된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수많은 유물 가운데 이것만큼은 꼭 보고 왔으면 하는 작품이 있으신가요?
“저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사시대 유물을 꼭 보고 오셨으면 해요. 돌도끼나 토기 같은 생활 도구들이 단순히 실용적인 물건으로만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예술적 감각과 상상력이 깃들어 있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특히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 토기나 청동기 시대의 세밀한 장식은 ‘인간이 예전부터 어떻게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했는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예술을 화가나 조각가의 전유물로 여기지만,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간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해 오던 행위였다는 걸 이 유물들이 말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관람객들이 선사시대 전시실에서 잠시 멈춰 서서, ‘아, 예술은 우리의 본능 같은 것이구나’ 하고 느껴 보셨으면 합니다. 제게도 늘 그런 깨달음을 주는 공간이에요.”
Q. 아이들을 미술관에 데려가서 작품에 관심 갖게 하는 일은 쉽지 않아요.
두 자녀의 엄마로서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에 방문하는 꿀팁! 알려주세요!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을 방문할 때는 사실 욕심을 조금 내려놓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어른들은 한두 시간씩 작품을 차분히 보면서 설명도 곁들이고 싶어 하지만, 아이들은 집중력이 길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는 보통 한 시간 정도만,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즐겁게 머물 수 있는 시간을 정해 두는 편이에요. 또, 관람을 단순히 ‘작품 보기’로 끝내지 않고 놀이처럼 만들어 주면 훨씬 흥미로워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이 그림 속에서 동물이 몇 마리 보일까?’라든지, ‘여기 가장 많이 쓰인 색깔은 뭘까?’ 같은 작은 미션을 주거나, 그림 속 인물과 같은 포즈를 따라 해보는 식이죠. 이런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작품을 더 적극적으로 관찰하게 되고, ‘나도 전시에 참여했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전시가 끝난 뒤에도 미술관 경험을 이어가는 게 좋아요. 집에 돌아와서 기억에 남는 작품을 그림으로 다시 그려 본다든가, 관련된 그림책을 함께 읽는다든가, 미술관에서 직접 골라 구입한 작은 굿즈를 일상에서 활용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추억이 돼요. 중요한 건 아이 입장에서 ‘미술관은 재미있는 곳’이라는 기억을 남겨 주는 거예요. 그래야 다음에도 스스로 가고 싶어 하거든요.”
Q. 서울 혹은 지방의 숨겨진 미술관 중 추천하는 미술관이 있으신가요?
미술관 옆 추천하는 식당도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서울의 대형 미술관만큼이나 지역 공립미술관들을 꼭 권하고 싶습니다. 수원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같은 곳들이 대표적이지요.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살린 전시들이 알차게 열리고 있고,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서 더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서울로 눈을 돌려보면, 송은 아트스페이스, 스페이스 C, 일민미술관 같은 사립 미술관들도 매력적인 공간이에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큐레이션이 날렵하고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민감하게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서울 곳곳에 자리한 유서 깊은 갤러리들에서는 1년 내내 흥미로운 전시가 이어지니, ‘오늘은 꼭 미술관에 가야겠다’는 거창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길을 나서다 우연히 들러보는 경험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만나는 전시는 오히려 예기치 않은 즐거움을 주곤 하지요.
미술관 나들이의 즐거움은 전시장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저는 언제나 미술관 옆에서 만나는 ‘맛’과 ‘휴식’을 소중히 여깁니다. 요즘은 미술관 안에 멋진 카페나 북라운지를 함께 둔 곳도 많지요. 전시 감상 후 커피를 한 잔 하며 방금 본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미술은 훨씬 더 일상의 언어로 다가옵니다. 저는 미술관을 작품만 보러 가는 공간이라기보다, 시간과 공간을 온전히 경험하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 건축, 휴식, 그리고 미식까지 두루 즐기며 하루를 오롯이 느끼고 돌아온다면, 미술이 주는 감동이 더 오래 남을 거예요.”
Q. 《주머니 쏙! 미술》을 집필하시면서 가장 애정이 갔던 꼭지가 있으신가요?
“책을 집필하면서 제가 특히 공들였던 부분은 바로 ‘미술관 이야기’였어요. 많은 분들이 미술관을 단순히 작품을 보러 가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그 안에는 무대 뒤편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숨어 있거든요. 작품이 걸리기까지의 과정, 전시 기획자의 고민, 그리고 관람객이 알게 모르게 경험하는 동선이나 공간의 분위기까지 모두 미술관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술관이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 또 어떻게 관람객과 소통하는지를 풀어내고 싶었어요. 어린이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아, 미술관이 이런 곳이구나’ 하고 새롭게 느끼고, 나중에 직접 방문했을 때 훨씬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술을 좀 더 생활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는 확신도 들었고요. 그런 점에서 미술관 이야기는 제게 특별히 애정을 갖고 쓴 꼭지라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박재연 선생님과 말씀을 나눠 보니 선생님의 매력은 호기심과 긍정 에너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열정에서 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 마음이 페이지마다 빼곡 담겨 있는 《주머니 쏙! 미술》 많이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