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 웃는 여러분을 만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내년에도 여러분의 '믿을 구석'이 되기 위해 다음 도서전도 열심히 준비해 볼게요!
✏️editor. 흰자
🤔 2025 서울국제도서전의 이슈와 앞으로의 지향점
2025 서울국제도서전은 누적 방문객 15만 명이라는 엄청난 인파가 몰리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지만, 여러 가지 숙제도 남겼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임원진 일부의 도서전 사유화 문제로 시작부터 잡음이 있었고요. '텍스트힙(Text Hip)' 유행 덕분인지 젊은 독자들이 몰려들었지만 온라인 사전 예매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없는 다른 연령층에 대한 대처는 미흡했다는 후기가 들립니다. 도서전이 아니라 굿즈전이라는 날선 비판과 함께 굿즈를 사면서 책을 둘러싼 문화를 즐기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박도 만만치 않고요. 그림책과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인 노란상상이 이번 도서전에 참가하며 생각한 점들을 흰자가 한번 정리해 봅니다.
1. 도서전 티켓 조기 매진이 불러온 후폭풍
초대권 이벤트가 끝나자마자 당첨 여부를 묻는 디엠이 쏟아졌는데요, 이상해서 바로 확인해 보니, 입장권이 사전 예매로 전량 소진되었다는 공지를 보았어요. 도서전에 대한 관심이 감사한 마음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흰자
우선 유아동 분야 도서의 주 독자층은 '양육자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무료입장이 가능하지만 양육자는 그렇지 않아요. 육아와 일상을 동시에 해내는 양육자가 대부분인 우리 사회에서 오픈하자마자 매진되는 사전 예매를 해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양육자 없이 홀로 입장하는 어린이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배제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이 읽고 만지고 직접 책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지 못했어요.
✏️편집자 C
어린이책 관련 전시회는 부산아동도서전도 있고 유아교육전도 있으니 서울국제도서전은 성인 책 중심으로 운영해도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저희는 어린이와 양육자를 분리하고 배제하기보다 함께 책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축제로서의 도서전을 지향했으면 합니다. 그림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니까요!
2. 믿을 구석은 있어도, 쉴 구석은 없었다?!
이번 도서전에서 많은 방문객들이 공통적으로 아쉬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노약자 배제'의 성격을띠고 있다는 점입니다. 올해 도서전에 참가사가 정말 많았지요. 그만큼 방문해 주시는 분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노약자가 쉬어 갈 벤치, 휠체어 이용자나 어린이가 보기에는 너무 높은 테이블, 저시력자를 위한 큰 글씨 배치도의 부재는 꽤나 큰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흰자
노란상상은 부스(L02)가 출구 바로 앞이었기 때문에, 행사 내내 휴식을 취하는 관람객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안타깝게도 행사장 내에 별도의 휴식 공간이 없다 보니, 관람객들이 출입구 문 옆이나 벽에 바짝 기대어 쉴 수밖에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B 홀을 찾는 어르신의 길을 찾아드린 안내자의 역할도 했답니다. 도서전에서 우리가 진정으로 놓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어요. '읽을 자유'는 모두에게 주어져야만 합니다.
🍅편집자 Y
저는 짐이 무거워 책 구매를 망설이던 독자분이 생각나요. 분명 도서전에서 매년 관람객을 위해 택배 발송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구매한 책들을 들고 다니느라 마치 극기 훈련에 온 것 같다는 말을 들으면서, 관람객 편의를 위한 준비가 여러모로 미흡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쉴 공간이 없어 벽에 기대거나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돌리던 관람객들의 지친 표정을 보면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과연 '도서전'이라는 행사가 지금처럼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어요. 책을 사랑하는 분들, 이제 막 사랑에 빠지신 분들과 부디 오래오래 함께하기 위해서는 이번 도서전에서 아쉬웠던 점들을 꼭 되짚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Q. 누구를 위한 도서전인가?
아직도 꿈만 같습니다. 오프라인 현장에서 이렇게나 많은 독자 여러분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자주 올까요? 지난 5일은 말 그대로 꿈만 같고, 너무나도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과 만나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후기를 직접 듣는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어요.
그래서인지 더욱 아쉽습니다. 이런 경험은 일부에게만 주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책이 주는 기쁨은 유행을 따르거나 특정 연령층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책을 사랑하는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화제가 되는 만큼 많은 인파가 몰린다면, 도서전은 더욱더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올해 운영상 몇 가지 어긋남으로 인해, 노란상상에서 인사를 나누지 못한 노란자 여러분들과 열혈 어린이 독자분들께 깊은 아쉬움과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내년에는 진정한 '믿을 구석'이 될 수 있도록, '모두 함께하는 도서전'이 될 수 있도록 나아갈게요!